금융 상품일수록 규제가 중요합니다. 안전성을 보장해야 투자가 이뤄지기 때문이죠. 따라서 대형 투자자를 유치하려면 규제를 마련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도 마찬가지입니다. 알렉산더 스카첸코 VNX CEO는 이 같은 관점에서 룩셈부르크에서 벤처캐피털(VC) 펀드나 VC액셀러레이터가 벤처캐피털 현금흐름과 연계된 금융 증권화 상품을 기관 투자자에게 판매하는 VNX Exchange 회사를 설립했습니다. 핀테크 혁신을 도모하기에 매우 적합한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 룩셈부르크는 약 4000개 금융 펀드가 약 4.5조달러(약 5400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운용할 정도입니다. 알렉산더 스카첸코 VNX CEO가 전하는 VNX 플랫폼을 활용한 미래 전망을 만나보세요.
[대담=선소미 블록체인 전문 앵커]
VNX Exchange는 시장의 하나로 볼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 벤처캐피털(VC) 펀드나 VC액셀러레이터가 벤처캐피털 현금흐름과 연계된 금융 증권화 상품을 기관 투자자들에게 판매합니다. VNX가 문제의식을 갖고 해결하고자 한 부분은 벤처캐피털에 대한 투자 방법 대중화와 벤처캐피털 투자에서 현금유동성 개선입니다. 벤처캐피털에 대한 투자 상품은 대중의 흥미를 유발하는 자산군입니다.
‘우버’와 ‘리프트’ 같은 기업이 기업공개(IPO)를 한다는 소식을 들어봤을 겁니다. 페이스북도 마찬가지고요. 이들에 대한 투자가 상당히 좋은 수익률을 기록했습니다. 그러나 일반 투자자가 기관 투자자보다 앞서서 이런 투자에 참여해 이익을 거두기가 쉽지 않습니다. 벤처캐피털을 대상으로 한 초기 투자에 뛰어들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죠. 상당히 많은 자금이 있어야 할 수 있거든요. 일반적으로 수십억원에 달합니다. 기간 역시 보통 10년에서 20년에 걸쳐 장기로 투자해야 합니다. 이로 인해 벤처캐피털 산업, 그리고 결과적으로 스타트업에 투자할 실질적인 개인은 많지 않습니다.
그런데 혁신과 일자리 창출을 주도하는 것은 스타트업을 포함한 중소기업입니다. 그래서 VNX는 만약 지금보다 더 많은 기업이 벤처캐피털이나 액셀러레이터 같은 전문적인 투자자를 통해 투자받을 수 있다면 더 많은 사람이 기업가 정신을 실현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자기 꿈이나 기술적인 혁신을 이룰 수 있고, 이를 통해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겁니다.
VC펀드나 액셀러레이터 투자자에 대한 접근성을 높임으로써 결과적으로 스타트업에 투자할 수 있는 실탄을 더 많이 확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동시에 벤처캐피털을 비롯한 초기 스타트업 투자에 대한 진입장벽을 낮추는 효과도 볼 수 있습니다.
2~3년 전에 블록체인 산업으로 뛰어들었습니다. 당시에는 룩셈부르크에서 ‘2BE.LU 인베스트먼트’라는 VC펀드를 운영했습니다. 여러 스타트업 산업 부문에서 눈여겨보았던 것이 바로 인공지능과 블록체인입니다. 포트폴리오에 포함한 스타트업 중 한 곳이 실제로 매우 흥미로운 플랫폼을 개발했어요. 이 플랫폼은 원래 전자 항공권의 세컨더리 세일에 활용하도록 개발했는데, 이를 벤처캐피털 산업에서 투자에 활용해보자는 아이디어가 생겼습니다.
그러나 이후 전통적인 금융 부문에 종사해본 사람으로서 가장 기본적인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바로 규제와 투자 안전성 같은 문제였죠. 이건 굉장히 복잡하게 설계된 금융투자 상품이기 때문에 실제로 앞서 말씀하신 대로 점들을 연결하고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며 새로운 분배 방식과 거래 기록 방식을 모색해야 했습니다. 이는 전통적인 금융 산업과도 연결돼 규제에 어긋나지 않고 안전한 투자 방법으로 자리매김해야 했습니다. 전통적인 금융 산업과 블록체인이라는 신기술 간 연결고리죠.
틈새시장과 앞서 말씀드린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개인 투자 자본의 유동성을 확대하려고 노력하고 있죠. 기업가 정신, 기업가 활동을 촉진하는 게 목표입니다. 그래서 VC펀드와 액셀러레이터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개인투자자들이 초창기부터 이런 자산군에 투자할 길을 열어놓으려 합니다. 그런 점에서 VNX가 초점을 맞추고 있는 영역은 특정한 영역에 매우 집중돼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다른 회사와 차별화되는 또 다른 점은 이 시장을 처음부터 전통적인 시장으로 여기고 출발했다는 점입니다. 다시 말해 일찌감치 규제 당국과 룩셈부르크 최고 법률회사와 논의를 거쳐 어떻게 하면 규제 내에서 합법적인 방법으로 이를 할 수 있을까 많이 고민했습니다. 또한 전문적인 팀을 영입해 기술 개발에도 신경을 썼죠. 바로 이런 점들이 다른 프로젝트와 차별화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는 유럽 시장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본사가 자리잡고 있는 룩셈부르크는 유럽연합에서 금융 중심지입니다. 또 가장 규모가 큰 펀드 중심지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매우 이상적인 위치를 선점하고 있죠. 고객이 대부분 룩셈부르크 국내에 있으니까요. 다만 세계 경제 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아시아도 눈여겨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시간이 걸리는 일입니다. 우선은 룩셈부르크 국내 시장에서 온전히 자리를 잡아야 해외 시장으로 확대할 수 있을 겁니다.
룩셈부르크에서 사업을 시작한 이유는?
지난 20년을 룩셈부르크에서 살았고 다른 어느 곳보다도 잘 아는 곳입니다. 아무래도 제가 잘 이해하는 곳, 그곳 사람을 잘 이해하고 그곳 사람들도 저를 잘 이해하는 그런 환경에서 사업을 하고자 했습니다. 무엇보다 비즈니스 관점에서 룩셈부르크는 핀테크 혁신을 도모하기에 매우 적합한 환경을 제공합니다. 룩셈부르크 정부는 핀테크 산업에 대한 성장 촉진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고요. 그만큼 관련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도 적극적입니다.
동시에 고객을 비롯해 많은 투자자가 실제 거주하는 유럽의 금융 허브라는 장점을 무시하지 못합니다. 룩셈부르크는 현재 약 4000개 금융 펀드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운용되는 자금만 약 4.5조달러(약 5400조원)에 달합니다. 이 자그마한 나라에 은행만 140여 곳에 달합니다. 그만큼 은행을 통한 자금 마련, 유동성 측면에서도 유리합니다. 왜 하필 룩셈부르크냐는 질문에 답을 드리자면 앞서 말씀드린 이런 요인들이 영향을 미쳤고, 현재 만족스럽다고 생각합니다.
금융 상품을 다루기 때문에 규제가 중요한 것은 사실입니다. 엄밀히 말하자면 투자자들의 돈을 다루는 것이기 때문에 규제가 없고 따라서 안전성을 보장할 수 없는 곳에 대규모 투자금이 들어올 리가 없습니다. 그렇기에 대형 기관 투자자를 유치하려면 일정한 규제를 마련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또 규제는 암호화폐 발행사를 포함해 프로젝트와 관련된 모든 이들에게 마음의 평안을 주는 역할을 합니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리자면 규제와 관련해 룩셈부르크는 매우 눈여겨볼 만 한 곳입니다. 한국과도 관련이 있는 얘기인데요, 유럽에서 암호화폐 거래소로서 처음 라이선스를 획득한 곳이 비트스탬프인데요. 지금은 한국 기업이 인수한 상황이죠. 룩셈부르크 규제 당국은 한편으로는 이 암호화폐에 관해 매우 조심스러운 처지입니다. 자금이 큰 규모로 거래되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규제가 가혹할 정도로 강하게 적용되지는 않습니다. 유럽에서 라이선스를 획득한 암호화폐 거래소 3곳 가운데 2곳은 룩셈부르크에서 라이선스를 받았습니다. 비트스탬프와 일본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비트플라이어죠.
결국 규제는 투자자와 발행사, 플랫폼 등에 안정감을 줄 뿐만 아니라 규제 당국에서도 이 문제를 굉장히 실용적으로 접근하고 있음을 룩셈부르크에 와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규제는 특정한 목적에 부합해야 하지만 장벽이 돼서는 안 된다”는 철학이 반영돼 있다고 봅니다.
우리는 그동안 블록체인 생태계가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음을 봤습니다. 지난 3년간 블록체인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 없이 뛰어든 아마추어 업체가 판을 치던 생태계에서 이제는 여느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전문성을 갖춘 제대로 된 산업으로 변모했습니다. 최근에 ‘토큰 2049’라는 행사가 있었는데요. 여기에 참석한 전문가들의 질적 수준만 보더라도 전통적 산업에 비견할만합니다. 결국 블록체인 산업도 매우 전문적인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VNX 팀 구성원도 금융을 포함한 전통적 분야에서 오래 종사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가령 이사회 위원 가운데 하나가 브뤼셀 증권거래소 전 CEO입니다. 현재 블록체인 환경에 매우 잘 어우러지고 있다고 봅니다. 물론 큰 기대치에 비해 실질적인 가치는 부재했던 몇 년 전에는 오히려 아웃사이더로 분류됐을 수도 있습니다.
매우 흥미로운 질문입니다. 철학적인 질문처럼 느껴지기도 하네요. 디지털 자산은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하나가 비트코인, 라이트코인 같이 실제 거래가 이뤄지는 암호화폐고요. 디지털 자산군은 VNX 같은 거래소에 해당하는 자산 유동화가 이뤄지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분류되기도 합니다. 자산군을 이렇게 두 가지로 분류해보면, 암호화폐의 미래는 중앙은행의 의지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렇게 자율적이고 규제가 적용되지 않은 암호화폐라는 새로운 센터가 운영될지는 여러 국가와 중앙은행의 의지에 달려있습니다.
세계는 적어도 최근 세계화 흐름을 따라 움직였습니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영역에서의 기술적 발전을 예로 들겠습니다. 이 중 하나가 바로 빅데이터고, 또 다른 하나가 바로 이런 빅데이터를 관리하는 것을 보조해주는 인공지능입니다. 그 다음으로 이런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다양한 거래가 발생하게 되는데요. 기계 간 소통을 통해 거래가 이뤄지는 이러한 방식은 기존의 법정통화 거래에서는 채택될 가능성이 별로 없습니다. 그렇다면 결국 기술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누구에게도 통제되지 않는 화폐, 기계가 거래에 관여할 수 있는 화폐의 필요성이 대두합니다.
그런데 현재의 정치적 움직임을 살펴보면 세계화 흐름에는 오히려 역행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여러 국가에서 서로 통제권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고요. 미?중 무역전쟁을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울타리가 세워지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는 암호화폐의 미래를 예단하기가 어렵습니다.
디지털 자산이라는 조금 더 넓은 관점에서 보면 얘기가 다릅니다. 지금까지 얘기했듯이 디지털 자산은 결국 금융 거래 기록인데 이것은 디지털로 재현될 수도 재현되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죠. VNX 플랫폼이 제시하는 솔루션은 이런 디지털 기록을 더욱 간편하게 하는 것이고, 종래에는 타국에 있는 사람들과도 자유롭게 거래를 하는 것이 가능하겠죠. 다만 다시 말씀드리지만 이는 국경 없는 사회로 연결되는 변화인데 현재의 정치적 기조에서 실현될지는 미지수입니다.
벤처캐피털 산업은 세계의 다양한 지역에서 경제 성장을 견인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동시에, ‘스카이프’의 공동 창립자인 마이클 잭슨의 말을 인용하자면 벤처캐피털 산업은 1970년대에 그 개념이 미국에서 처음 자리 잡은 이후로 거의 변화가 없습니다. 이처럼 중요한 산업이 오랫동안 변하지 않았다는 점은 그 지속가능성에 의문을 던지게끔 합니다. 벤처캐피털 회사나 이 산업이 작동하는 방식을 보면 의사결정 방식이 굉장히 구시대적입니다.
그렇기에 저는 이 산업이 필연적으로 변화를 거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 변화가 VNX 플랫폼과 같은 기술적 변화를 통해서든 다른 수단을 통해서든 벤처캐피털 시장은 변화를 겪게 될 겁니다. 벤처캐피털 시장은 현재 좋게 표현하면 일부 소수가 잘 통제하고 있는 상태인데 어쨌든 이들의 통제로 규모의 성장이 정체된 상태에서 VNX 솔루션이 이 시장을 개방하는 데 기여하리라 봅니다. 대형 투자자들에게 더 개방함으로써 벤처캐피털이 한 산업으로서 더 성장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VNX 같은 플랫폼은 증권거래소가 기존의 전통적 상장 기업들의 성장을 도운 것처럼 벤처캐피털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봅니다. 증권거래소도 시작은 미미했지만 지금은 큰 산업으로 자리 잡았죠.
매우 낙관적으로 미래를 보고 있습니다. 낙관하지 않는다면 애초에 사업을 시작하지 말아야 하겠죠. VNX 플랫폼이 벤처캐피털 산업뿐만 아니라 세계 수백만 기업가나 기업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리라 봅니다. VNX 플랫폼을 통해 전문 투자자들에게 자금 조달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도움 받을 길이 열릴 겁니다. 이게 목표입니다.
VNX의 미래에 관해서 말씀드리자면 유럽 시장에서 주도적인 입지를 구축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물론 아시아 시장으로 진출을 생각하면 지난 30년간 다양한 산업에서 지배적인 입지를 구축한 한국을 빼놓을 수 없겠죠. 한국이 세계 경제성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점은 분명합니다. 현재로서는 아시아 시장 진출에 대해 구체적으로 수립된 계획은 없습니다. 말씀드렸듯이 지금 전략은 유럽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물론 미래에는 아시아 시장을 위한 전략도 수립할 것입니다. 한국 시장도 진지하게 살펴볼 겁니다.
한국은 지난 30년간 기술적인 발전이 국민 삶에 얼마나 큰 변화를 가져다줄 수 있는지 보여준 모범사례라고 생각합니다. 그 기술적 진보는 한국 국민뿐만 아니라 세계에 많은 변화를 줬습니다. 대표적인 혁신 기업이 바로 한국 기업이죠. 한국이 그동안 이룩한 발전은 정말 감탄할 만한 일입니다. VNX 플랫폼을 통해 세계의 많은 기업가가 자기 꿈을 이루고 그 덕분에 언젠가 한국의 혁신기업만큼 혁신적인 기업을 세울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이 기사는 테크엠 온라인 2019년 5월호에 게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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